핵심 요약 (TL;DR)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풍부한 활성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입니다. 에스트로겐보다 더 많은 양이 혈중을 순환하고 있으며, 뼈·근육·대사·심혈관·뇌·기분·성기능·골반저·면역·가임력에 이르기까지 여성 신체의 거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폐경 이후에도 난소는 계속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남성호르몬”이라는 오해 때문에 여성 진료에서 거의 평가되지 않아 왔습니다. 양측 난소절제 후 23% 감소, 경구피임약·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 시 큰 폭의 억제가 알려져 있으며, 이 결핍이 여성의 전신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80년이 넘은 임상 지식에도 불구하고 여성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이해가 가장 저평가되어 온 영역이지만, 최근 성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1. 진료실의 세 가지 이야기
필자의 진료실에는 다양한 호소를 가지고 오시는 여성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호소를 자세히 들어보면 공통된 하나의 뿌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여성 테스토스테론의 저하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폐경이 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몸이 전반적으로 처집니다. 근육이 빠지는 것 같고, 피곤하고, 성욕도 떨어지고, 기분도 가라앉아요. 여성호르몬은 드시라고 해서 먹고 있는데도 이 느낌은 사라지지 않네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자궁근종으로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절제했습니다. 그 이후로 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됩니다.”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경구피임약을 복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성욕이 거의 사라졌어요. 피임약을 끊어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세 분 모두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관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공통된 핵심에 테스토스테론의 결핍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테스토스테론은 원래 여성의 호르몬입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시지만 반드시 아셔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풍부한 활성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입니다. 에스트로겐(에스트라디올)보다 더 많은 양이 혈중을 순환하고 있습니다.
2-1. 그런데 왜 “남성호르몬”이라 불려 왔는가
‘안드로겐(androgen)’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 ‘andro'(남성)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름 자체가 이미 남성 중심의 편향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80년이 넘는 임상 역사 동안 테스토스테론 치료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승인되어 왔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성용으로 승인된 테스토스테론 제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 보면 테스토스테론은 결코 남성만의 호르몬이 아닙니다. 여성 신체 전반에 걸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가 이 호르몬을 받아들이며 전신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합니다.
2-2. 여성 테스토스테론의 생산 경로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네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첫째, 난소입니다. 난소의 테카세포(theca cell)에서 뇌하수체의 황체형성호르몬(LH)의 자극을 받아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합니다. 중요한 점은 폐경 이후에도 난소는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계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에스트로겐 생산은 폐경과 함께 급격히 감소하지만 안드로겐 생산은 지속되며, 폐경 후 여성의 난소 정맥혈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말초혈보다 높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둘째, 부신입니다. 부신 피질의 망상대(zona reticularis)에서 DHEA, DHEAS, 안드로스테네디온을 생산합니다. 이는 여성 순환 테스토스테론의 약 25%를 담당합니다.
셋째, 뇌입니다. 뇌에서도 자체적으로 신경 스테로이드로서 안드로겐이 합성됩니다. 특히 뇌 발달과 신경 연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넷째, 말초 조직에서의 전환입니다. 지방조직, 간, 피부 등에서 DHEA, DHEAS, 안드로스테네디온이 테스토스테론과 DHT로 전환됩니다. 이 경로가 여성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3. 테스토스테론이 하는 일 — 성기능을 넘어선 전신적 역할
이제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의 몸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성기능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먼저 전신적 역할부터 안내드리겠습니다.
3-1. 뼈 건강 — 골다공증의 숨은 열쇠
테스토스테론은 뼈의 생성과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안드로겐 수용체는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osteoblast)와 그 전구세포에 분포되어 있으며, 테스토스테론은 뼈의 성장을 촉진하는 인슐린양 성장인자-1(IGF-1)과 TGF-베타의 발현을 증가시킵니다. 동시에 뼈를 흡수하는 파골세포 생성을 억제합니다.
40~60세 여성 2,19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요추 골밀도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폐경 후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보다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병용 요법이 골밀도 유지와 증가에 더 우수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즉 폐경 후 골다공증 관리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은 결코 간과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3-2. 근육 — 노쇠(frailty) 예방의 핵심
근육량과 근력은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특히 중년 이후 근육이 빠지면 넘어짐·골절·독립성 상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고, 근육 비대와 재생을 촉진합니다.
양측 난소절제, 뇌하수체 기능 저하, 폐경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여성에서 생리적 용량의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했을 때 근육량이 증가하고 체지방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고관절 골절 후 여성에서의 연구에서는 운동과 테스토스테론 병용 요법이 운동 단독보다 보행 보조기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3-3. 관절염 보호
흥미로운 사실 하나입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51 ng/dL 이하인 여성은 관절염(특히 무릎 관절염)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총 테스토스테론과 자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관절염 유병률이 15% 낮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의 항염증 작용과 연골에 대한 보호 효과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3-4. 대사와 심혈관 — HDL과 혈관내피 기능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심혈관 건강에도 유익한 효과를 보입니다. 노령 여성에서 총 테스토스테론과 자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높고 중성지방·총콜레스테롤이 낮게 나타납니다.
특히 수술적 폐경을 겪은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을 때 혈관내피 기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혈관내피 기능은 심혈관 질환의 중요한 전조 지표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이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과 혈관내피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3-5. 뇌 — 인지, 기억, 치매 예방
테스토스테론은 지질친화성이 강하고 중추신경계의 안드로겐 수용체 덕분에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 안에서 직접 작용합니다. 항산화와 항세포사멸 작용을 하며, 해마와 운동신경계의 신경 생성과 발달을 지원합니다.
특히 중요한 발견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은 유전자(APOE-ε4)를 가진 여성에서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전반적 인지 기능, 언어 기억, 실행 기능이 더 저하됩니다. 반대로 폐경 후 자유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낮은 사분위의 여성이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가장 낮았다는 대규모 연구도 있습니다. 즉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의 인지 노화 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6. 기분 — 우울증과의 연관성
테스토스테론은 신경내분비 경로를 통해 기분을 조절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며, 통계 모델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갑상선 기능 이상과 우울증 사이 관계의 약 13%를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노화에 따른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여성에서 나이가 들수록 우울증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메타분석에서도 폐경 전후 여성의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우울증과 연관되어 있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3-7. 비뇨생식기와 골반저 — 요실금 예방
이것 역시 많이 간과되어 온 영역입니다. 안드로겐 수용체는 골반저 근육과 근막에 분포되어 있으며, 테스토스테론의 적절한 수준은 골반저 근육의 비대와 복압성 요실금(SUI)의 예방에 기여합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가장 낮은 사분위의 여성에서 복압성 요실금과 긴박성 요실금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복압성 요실금이 있는 폐경 후 여성이 대조군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또한 노쇠(frailty)한 노인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 저하가 비노쇠한 여성보다 유의하게 많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골반저 건강과 요실금 예방에도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3-8. 가임력과 생식
테스토스테론은 난소 기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난포 자극, 과립막 세포 증식, 생식선 자극 호르몬 민감도 조절에 모두 관여합니다. 생리적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난포 자극 호르몬(FSH)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키고 인슐린양 성장인자 신호를 증폭하여 조기 난포 성장과 난소 반응성을 촉진합니다.
최근 체계적 분석에서는 난소 반응이 부족한 보조생식술(ART) 환자에서 테스토스테론 사전 처치가 임신율과 출산율을 유의하게 개선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21~28일간의 사전 처치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3-9. 유방 건강 — 보호 효과
또 하나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생리적 용량의 테스토스테론이 유방암 세포에 대해 보호 효과를 가진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1,200명 이상의 10년 코호트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은 여성의 침습성 유방암 발생률이 비치료군보다 39% 낮았습니다. 또한 ER+ 유방암에 대한 안드로겐 수용체 활성화가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신호 전달과 암 유발 경로를 억제하는 기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유방암을 걱정하여 호르몬 요법을 꺼리시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보호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최신 성의학계의 중요한 발견입니다.
4. 성기능 — 잘 알려진 그 역할의 재조명
이제 테스토스테론의 잘 알려진 역할, 즉 성기능에서의 역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4-1. 성욕(libido)만의 호르몬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테스토스테론이 여성 성기능에서 ‘성욕’을 담당한다고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이해는 훨씬 더 포괄적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뿐만 아니라 성흥분, 오르가즘, 성적 쾌감, 전반적 성적 만족도에 모두 관여합니다.
폐경 후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체계적 분석에서는 치료 후 성적 만족도, 성욕, 성흥분, 오르가즘 모두에서 개선이 가장 흔하게 보고되었습니다.
4-2. 생식기 조직의 반응
안드로겐 수용체는 대음순, 소음순, 질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질 점막, 점막하, 간질, 평활근, 혈관 상피에 모두 수용체가 있으며 특히 점막하 조직에 가장 높은 농도로 존재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이 조직들에서 윤활, 혈관 확장, 신경 섬유 밀도를 조절합니다.
흥미롭게도 폐경 후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라디올 병용 국소 치료가 음핵 동맥의 혈류 속도를 유의하게 증가시켰다는 도플러 초음파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윤활, 흥분, 오르가즘의 모든 영역에서 개선이 확인되었습니다.
4-3. 세 호르몬의 조화 — 다시 한번 강조
필자가 이전 글에서 다룬 세 호르몬(에스트로겐·안드로겐·프로게스테론)의 조화라는 개념을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테스토스테론 하나만으로는 완전한 성반응 회복이 어렵고, 반대로 에스트로겐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이 담당하는 영역(근육, 신경 밀도, 오르가즘)의 회복은 제한적입니다. 병용 요법의 시너지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왜 여성 테스토스테론은 낮아지는가
여성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그중 임상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5-1. 노화
여성의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여성이 18~24세 여성보다 총 테스토스테론 49%, DHEAS 70%, 안드로스테네디온 64%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5-2. 수술적 폐경 (양측 난소절제)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 종양 등으로 양측 난소를 절제하면 테스토스테론이 갑작스럽게 23% 감소합니다. 자유 테스토스테론은 16% 감소합니다. 자궁만 절제하고 난소를 보존하면 테스토스테론 생산이 유지됩니다. 즉 가능하다면 난소 보존이 중요하며, 양측 난소절제 후에는 테스토스테론 결핍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5-3. 경구피임약과 호르몬 치료
경구피임약은 생식선자극호르몬을 억제하여 테카세포에서 테스토스테론 합성을 차단합니다. 동시에 간에서 SHBG(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 생산을 증가시켜 활성 테스토스테론을 더욱 감소시킵니다. 결과적으로 경구피임약 사용 중인 여성의 테스토스테론과 자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유의하게 낮습니다.
경구 에스트라디올 요법도 유사한 기전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경피 에스트로겐 요법(패치, 젤)은 간을 거치지 않으므로 이러한 영향이 적습니다.
5-4.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
가장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입니다. 노인 여성에서 만성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은 총 테스토스테론을 75%, 자유 테스토스테론을 43%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는 연구에서 확인된 단일 가장 강력한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인이었습니다.
5-5. 그 외 요인
비만, 인슐린 저항성, 갑상선 기능 저하, 부신 기능 저하, 만성 질환, 특정 자가면역 질환 등도 여성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6. 왜 여성 테스토스테론은 평가되지 않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테스토스테론은 여성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산부인과·내과 진료에서는 이 호르몬이 평가되지 않을까요?
6-1. “남성호르몬”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여성 환자가 “남성호르몬을 검사해 보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 역시 여성 진료에서 안드로겐을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널리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6-2. 측정의 기술적 어려움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측정은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여성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남성의 10~2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감수성이 매우 높은 검사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총 테스토스테론, 자유 테스토스테론, 생물학적 가용 테스토스테론을 구분하여 평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이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SHBG의 영향이 큽니다. SHBG가 높으면 총 테스토스테론은 정상이어도 자유 테스토스테론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총 테스토스테론만 보시면 안 되고, SHBG와 함께 평가해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6-3. 치료제 접근성의 제한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용으로 승인된 테스토스테론 제제가 없습니다. 현재 네 개 국가에서만 여성용으로 승인되어 있으며, 그 외의 국가에서는 남성용 제제를 소량으로 조절하여 사용하는 ‘오프라벨(off-label)’ 형태로만 가능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가 임상 적용을 어렵게 합니다.
7. 치료 방향 — 큰 그림만
여성 테스토스테론 결핍에 대한 세부 치료법은 환자분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큰 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부 접근은 반드시 진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드립니다.
첫째, 종합적인 호르몬 평가가 시작점입니다. 에스트로겐만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SHBG, DHEAS, 갑상선, 부신 관련 호르몬 등을 함께 평가합니다.
둘째, 결핍이 확인되면 생리적 용량의 보충을 고려합니다. 과도한 용량은 여드름, 체모 증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항상 생리적 범위를 지향합니다.
셋째, 경피 요법(크림, 젤)이 선호됩니다. 간 통과를 피할 수 있고 혈중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넷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과의 균형을 함께 고려합니다. 테스토스테론 단독보다 세 호르몬의 조화가 더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혈중 수치, 임상 증상, 부작용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용량을 조정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안내입니다. 환자별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는 진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드립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여자가 남성호르몬을 보충한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안전한가요?
여성의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은 원래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남성호르몬’이라는 이름이 혼란을 주지만 사실은 여성의 활성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 가장 풍부한 호르몬입니다. 생리적 범위 내에서의 보충은 여성화를 해치지 않으며, 부작용(여드름, 체모 증가)은 과용 시에만 나타납니다. 정확한 평가와 적정 용량 조절이 핵심입니다.
Q2. 저는 자궁과 난소를 모두 떼었는데 호르몬 요법은 여성호르몬만 받고 있습니다. 괜찮을까요?
반드시 테스토스테론 평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양측 난소절제는 테스토스테론을 23% 감소시킵니다. 많은 분들이 여성호르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피로, 성욕 저하, 근육 감소, 기분 저하를 호소하시는데, 그 원인이 테스토스테론 결핍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측난소를 절제한 수술적 폐경의 경우 자연폐경에 비해 훨씬 더 심한 폐경증상과 폐경기생식비뇨기증후군(GSM) 증상을 호소하며 평균수명도 단축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드시 남성호르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Q3. 폐경 후에도 난소에서 호르몬이 나오나요?
네, 그렇습니다. 에스트로겐 생산은 폐경 후 급격히 감소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생산은 폐경 후에도 지속됩니다. 그래서 폐경 후에도 양측 난소를 제거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추가로 감소하게 됩니다.
Q4.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했는데 성욕이 없어졌습니다. 피임약을 끊으면 돌아올까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구피임약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억제하고 SHBG를 증가시켜 자유 테스토스테론을 큰 폭으로 감소시킵니다. 피임약 중단 후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회복될 수 있으나, 회복이 더딘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피임 방법으로의 전환을 상의하실 수 있습니다.
Q5. 테스토스테론 검사는 아무 산부인과에서나 받을 수 있나요?
검사 자체는 받으실 수 있지만 여성 테스토스테론의 해석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총 테스토스테론, 자유 테스토스테론, SHBG를 함께 평가해야 하며, 여성의 참고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감수성이 높은 검사법이 필요합니다. 여성성의학 진료 기관에서의 평가를 권해 드립니다.
Q6. 저는 성욕 저하가 가장 큰 문제인데 테스토스테론이 전부 해결해 줄까요?
성욕 저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테스토스테론 결핍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지만, 이것 외에도 성교통 질환, 심리적 요인, 관계 요인, 다른 호르몬 불균형, 약물 부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합적인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Q7. 뼈에도 좋다고 하셨는데 골다공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도 테스토스테론 평가를 받으면 도움이 될까요?
네, 매우 도움이 됩니다. 폐경 후 골다공증 관리에서 에스트로겐 단독보다 에스트로겐·안드로겐 병용 요법이 골밀도 유지와 증가에 더 우수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특히 치료에도 불구하고 골밀도 개선이 미진하신 경우 안드로겐 평가를 고려해 보실 수 있습니다.
Q8. 알츠하이머병 가족력이 있는데 테스토스테론 평가가 도움이 될까요?
특히 APOE-ε4 유전자형을 가지신 분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인지 기능 유지와 중요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으시다면 중년부터의 종합적 호르몬 관리가 장기적 뇌 건강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9. 황인섭 원장의 임상 노트 — 저평가되어 온 호르몬
필자가 여성성의학을 진료해 온 지 이제 18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테스토스테론만큼 임상에서 저평가되어 온 호르몬도 드물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겪는 상황이 있습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계시는데도 “뭔가 돌아오지 않습니다”라고 호소하시는 환자분들입니다. 피로가 가시지 않고, 근육이 처지고, 성욕이 없고, 기분이 가라앉고, 때로는 요실금까지 동반됩니다. 이분들의 혈액을 검사해 보면 상당수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매우 낮게 나옵니다.
이러한 분들께 여성호르몬 요법에 테스토스테론 평가와 관리를 더해 드리면, 몇 개월 사이에 “몸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반응을 자주 듣게 됩니다. 피로가 가시고, 근육의 탄력이 돌아오고, 성욕과 성감이 회복되고, 기분이 안정되고, 전반적인 활력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임상 경험은 결코 필자 개인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10여 년 사이 국제 성의학계에서는 여성 안드로겐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국제여성 성건강 연구회, 국제 성의학회, 북미 성의학회 등 매년 참석하는 학회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한성학회 활동을 통해 국제협력이사를 역임하며 이러한 최신 지견을 한국 진료실에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에 발표된 최신 리뷰 논문은 “테스토스테론의 다각적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 주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뼈, 근육, 대사, 심혈관, 뇌, 기분, 성기능, 비뇨생식기, 생식, 유방 보호에 이르는 광범위한 역할이 체계적으로 조명되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을 넘어 여성 건강 전반에 걸친 중요한 호르몬”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 호르몬을 간과해 왔을까요? 논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남성호르몬”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andro’라는 그리스어가 ‘남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름부터 이미 편향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80년이 넘는 임상 역사 동안 이 편견이 여성 환자들의 올바른 진료 기회를 가로막아 왔습니다.
필자가 환자분들께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요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화의 문제입니다.”
세 호르몬이 조화를 이룰 때 폐경기 이후에도 여성의 몸은 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어 온 테스토스테론이 재조명될 때 비로소 진정한 폐경 후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해집니다.
참고 사시지 않아도 되는 영역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있으시다면 종합적 호르몬 평가부터 시작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화가 흐트러진 몸은 다시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화를 함께 맞춰 드리는 것이 필자의 역할입니다.
참고 문헌
- Hernandez BS, Covarrubias A, Perez-Grego PG, et al. Beyond libido: the multifaceted role of testosterone in women. Sexual Medicine Reviews. 2026;14(4):qeag072.
- Androgen physiology in women. Clinical reviews in endocrinology and sexual medicine.
- Combined hormone therapy and bone health in postmenopausal women. International clinical research.
- Testosterone and cognitive function in women. Neurological and endocrine studies.
작성자: 황인섭 원장
예화인여성의원 / 여성성의학 임상 18년
대한성학회 활동, 국제협력이사 역임
국제여성 성건강 연구회 · 국제 성의학회 · 북미 성의학회 정회원
갱년기·폐경 호르몬 관리, 여성 성기능 장애, 성교통, 유발성 전정통, PGAD/GPD, 외음육아종성열상, 질경련, 폐경생식비뇨기증후군 전문 진료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안내입니다. 환자별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는 진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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